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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5 오전 10:38:23 입력 뉴스 > 문화/체육

[대하역사소설 정기룡] 제 1부 등불이 흐르는 강
<제 12회> 제 2장 또 하나의 참사.3



<12> 2
또 하나의 참사
.3

 

길성이는 아이들을 더욱 독려해 줄을 당겼다. 배가 점차 끌려오자 아이들은 마냥 신이 났다.

영차, 영차, 어영차!”

애복이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수가 보이지 않았다. 정자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무수는 어디에도 없었다.

우리 대장 어디 갔어?”

배가 점점 진주 강기슭에 가까워졌다. 박수영은 겁이 덜컥 났다.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박수영은 아이들에게 돌격준비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아이들도 다 겁을 먹은 얼굴이었다.

푸우!”

그때 강물 속에서 무수가 솟구치며 찢어진 투망 그물을 휙 던졌다. 뱃머리에 서 있던 박수영은 그물을 고스란히 덮어썼다.

, 이게 뭐야?”

박수영은 그물을 벗겨내려고 두 팔을 휘저었다. 무수가 줄을 확 잡아채었다. 박수영은 중심을 잃고 휘청하더니 물속으로 풍덩 빠지고 말았다. 무수는 박수영의 머리를 눌러 물을 몇 번 먹인 후에 뒤로 눕혀서 끌고 돌아왔다.

와아!”

제 편의 대장을 잃은 의령 아이들은 어쩔 줄을 몰라 하였다. 여동금이 물속에 뛰어들었다. 박수영을 구하려고 헤엄을 쳐서 무수를 따라왔다. 그러자 물속에서 다른 아이들이 머리를 내밀었다. 포위된 여동금은 순순히 잡히고 말았다.

이윽고 배는 다 당겨져 강기슭에 닿았다. 아이들이 달려들어 갈고리를 벗겨 내고 모랫벌로 끌어올려 정박시켰다. 박수영과 여동금이 생포된 것을 본 의령 아이들은 모두 항복하였다. 순치는 그들을 다 정자 앞에 꿇어앉혔다. 길성이는 배에 올라가 전리품을 거두어 왔다.

대장, 팔매줄 일곱 개, 활 석 장, 화살 스물네 대, 팔매돌 쉰일곱 개, 망개떡 아홉 덩이, 가래엿 일곱 가락, 밧줄 열한 발, 부쇠 두 개, 이렇게 있어.”

무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박수영이 허리에 차고 있는 것을 끌러 오게 하였다. 날이 잘 선 진짜 단도였다.

너는 어찌하여 이런 것을 지니고 있느냐?”

, !”

여봐라, 적장의 태도가 매우 불손하구나. 적장과 부장에게 곤장을 쳐라.”

아이들은 백사장에 박수영과 여동금을 엎어놓고 엉덩이에 곤장을 쳤다. 처음엔 신음만 내더니 점차 횟수를 더해지자 둘은 울기 아프다고 울기 시작하였다. 무수는 매질을 멈추게 하였다.

이쯤에서 그만 용서하고 방면해 줄 터이니, 다시는 우리 진주 땅을 침노하지 말거라. 알겠느냐?”

박수영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무수가 아이들에게 영을 내려 다시 곤장을 치려 하자 그제야 얼른 말하였다.

, 알았어.”

저 배는 우리가 나포한 것이니 이제 우리 것이다. 너희들은 헤엄쳐 가라.”

이어 순치와 길성이에게 명령하였다.

강물 속에 빠지지 않도록 나무토막을 하나씩 줘서 보내라.”

의령 아이들이 나무토막을 안고 헤엄쳐 가기 시작하였다. 아이들은 팔짝팔짝 뛰며 소리를 질렀다. 무수는 배고픈 아이들에게 망개떡과 가래엿을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아이들은 허겁지겁 먹어대었다. 애복이가 볼멘소리를 내었다.

대장! 아까 얘기나 하고 물속에 들어갔어야지!”

아이들이 그 소리를 들고 웃었다. 길성이가 짓궂게 말하였다.

대장이 왜 애복이 너한테 말하고 가야 해?”

그거야 뭐...... . 하여튼!”

그때 정자 뒤에서 큰 고함 소리가 났다.

이놈들!”

아이들은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애복이의 아비이자 진주 관아의 호장 강세정이 졸하들을 거느리고 서 있었다.

너는 남의 배를 빼앗고, 볼기까지 때리고...... . 강도냐?”

일어선 무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강세정은 졸하에게 명령하였다.

저 배를 돌려주고 오너라.”

, 호장 어른.”

그리고는 무수를 다시 쳐다보았다.

의령 박 호장 어른의 아들에게 빼앗은 것들도 다 변상해야 할 것이다.”

애복이가 그 무슨 소리냐는 듯이 반문하였다.

아버지, 그런 법이 어딨어요?”

시끄럽다! 너는 계집아이가 허구한 날 이게 뭘 하는 짓이냐. 사내아이들과 어울려 놀면, 날 때부터 없는 고추가 생긴다더냐. 에이!”

무수가 한 걸음 다가섰다.

호장 어른, 무릇 적과 전쟁을 벌여 전리를 한 것을 물어주는 법은 만고에 없사옵니다.”

무어라?”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그러하옵니다!”

그예 강세정은 할 말을 잃었다. 어허험 군기침만 두어 번 내뱉을 뿐이었다. 그러더니 애복이에게 눈길을 주었다.

어서 가자.”

애복이는 강세정과 함께 가면서 뒤돌아보며 말하였다

대장, 내일 봐.”

어허, 그래도 이년이?”

(다음에 이어서 매주 월요일 연재 됩니다.)

(작가 소개)

하용준 작가는 대구 출신으로 현재 경북 상주에 거주하고 있으며 소설가 겸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견 작가이다.

장편소설 유기(留記)’를 비롯하여 다수의 장편. 단편소설, , 동화 등을 발표하였다.

 

장편소설고래소녀 울치‘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 도서‘2013년 올해의 청소년 도서에 동시 선정되었다.

 

시집 ()’‘2015년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되었으며 제1회 문창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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