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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1 오전 7:25:19 입력 뉴스 > 문화/체육

[대하역사소설 정기룡] 제 1부 등불이 흐르는 강
<제 10회> 제 2장 또 하나의 참사.1



<10>
2장 또 하나의 참사.1

 

다녀오겠습니다.”

무수는 아침밥을 먹고 서당으로 달려갔다. 집안일을 마친 김씨는 빈 말통을 들고 집을 나섰다. 걸음을 재촉하여 강가 염상 여각에 도착하였다. 먼저 온 아낙들이 벌써 긴 줄을 서 있었다. 차례가 되어 외상 장목(長目:가게의 장부)에 네모 모양으로 수결을 하였다. 무수의 ㅁ자와 같은 꼴이었다.

어서 오게. 장사를 잘한다는 곤양댁이구먼.”

장무어른도 참.”

장무는 김씨가 가져온 말통에 소금을 한 말 퍼 담아 주었다. 그리고는 연잎에 싼 주먹밥 두 덩이를 소금 위에 얹어 주었다. 김씨는 정수리에 똬리를 놓고 소금 말통을 두 손으로 번쩍 들어서 척 하고 머리 위에 이었다.

저 나갑니다.”

좋이 갔다 오게.”

김씨는 힘이 절로 났다. 지난겨울에는 소금값이 워낙 좋았다. 삼동을 나는 동안 차곡차곡 모아둔 돈으로 초가삼간 한 채를 통째 세를 내어 무수와 들어앉았다. 날씨는 혹독하였지만 발가락에 동상이 걸리는 것도 잊은 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소금행상을 한 보람이었다. 단골도 몇 집 생겨났다.

내가 장사수완을 타고났나 봐.”

김씨는 스스로를 의심할 만큼 놀라웠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수완이 좋은 것보다 무수가 서당을 하루도 빼먹지 않고 잘 다니고 있는 것에 힘이 절로 난 것 같았다.

며칠 전에는 서당 훈장이 집으로 찾아와서 몰래 서책을 한 권 주는 것이었다. 무슨 책인지 김씨는 알 수 없었다.

무수가 책이 필요하다고 하면 주면 됩니다.”

김씨는 사례를 하려고 하였지만 훈장은 손사래를 치며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 다음날 서당에 다녀온 무수가 걱정 어린 소리를 하였다.

훈장님이 이제 저의 글공부 실력을 다 점검을 하였으니, 내일부터 소학을 읽으라고 하셨는데, 서책이 없어요.”

김씨는 장 속에 넣어 두었던 책 한 권을 꺼내어 놓았다. 무수는 놀란 눈을 하면서 서책을 덥석 집어 들고는 보물 안듯이 끌어안았다.

우리 아들은 아무 염려 말고 글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 알겠지?”

서당에 든 무수는 목청 좋게 글을 읽어 나갔다. 아이들이 모여 앉아 저마다 욀 것을 외고 있는 모양새가 흡사 제비새끼들 같았다.

계절의 날씨는 여름으로 넘어가고 있었고, 하루의 시각은 정오를 한참 넘긴 뒤였다. 아이들은 점점 좀이 쑤셨다. 입으로는 글을 외고 있었지만 눈으로는 다들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훈장이 그런 분위기를 모를 리 없었다.

오늘은 이만 파하자꾸나.”

와아!”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 나왔다. 애복이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 기다렸지?”

아냐.”

아이들은 애복이와 무수를 빙 둘러섰다.

대장, 애복이도 왔으니 우리 진영으로 가서 놀자.”

안 돼. 놀려면 다들 책보부터 집에 두고 와. 알겠지?”

알았어. 가자!”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무수는 저를 그림자처럼 따르는 애복이를 데리고 집으로 갔다. 책보를 놓고 물 한 모금씩 먹은 뒤에 다시 나왔다.

강가에는 다 쓰러져 가는 정자가 있었다. 무수가 애복이를 데리고 도착하였을 때에는 아이들이 다 모여 있었다. 한 아이가 이마에 손을 얹고는 눈을 찡그리고 강 건너를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무수에게 보고하였다.

대장, 의령 놈들도 다 나와 있어.”

몇 놈이나 돼?”

열 놈은 넘는걸. ? 배도 있어!”

무수는 강 건너를 살폈다. 배를 타고 건너오려는 기미가 있나 해서였다. 한 아이가 불쑥 말하였다.

박수영 그놈이 우리 애복이를 좋아해서 납치라도 해 가려는가?”

뭐얏?”

애복이는 그 아이의 종아리를 퍽 찼다.

나는 우리 대장 편이야. 그치, 대장?”

여긴 다 우리 편이지.”

박수영은 의령현 호장의 외동아들이었다. 의령에는 닥나무 종이를 만드는 저지소가 있었다. 박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종이를 만들어 바치는 구실을 하였다. 그들은 관아에 바치고 남은 종이를 사사로이 내다팔아서 점차 재물을 모았다.

그 재물을 집안에 쌓아두지 않고 읍성에 집을 사 두고는 자식들을 내보내어 살게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 가장 수완이 좋은 사람은 단연 박안이었다. 그는 의령현에 신관사또가 부임하자 사또에게는 물론이고 향청의 좌수를 비롯하여 여기저기 뇌물을 많이 바쳐서 호방으로 발탁되었다.

고을 모든 백성들의 부역과 조세를 매기고 거두는 권력을 손에 쥐게 된 박안은 그의 동생을 남강의 정암나루로 진출시켜서 염상 여각을 손아귀에 넣었고, 점차 세도를 더해 질청(質廳:아전들의 집무처)에서 호장의 지위까지 차지하였다.

무수는 박수영이 호장의 아들이건 사또의 아들이건 그런 것에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직 사로잡아야 할 적일 뿐이었다. 조그만 고을인 의령 아이들이 경상우도에서도 알아주는 고을인 진주를 얕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대장, 의령 놈들이 우리보다 무기도 많고 군량도 많아. 우리는 배가 고픈데...... .”

그건 그래. 그래서 저놈들이 사기도 높지.”

아이들이 풀죽은 소리를 하자 무수는 힘있게 말하였다.

걱정 마. 군략(軍略:군사작전)만 잘 짜면 오합지졸도 일당백의 정군이 돼. 오늘 우리가 합심해서 저놈들을 무찌르자. 그런 다음에 저놈들이 갖고 있는 것을 모두 전리하자. 어때?”

저놈들이 갖고 있는 나룻배까지?”

(다음에 이어서 매주 월요일 연재 됩니다.)

(작가 소개)

하용준 작가는 대구 출신으로 현재 경북 상주에 거주하고 있으며 소설가 겸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견 작가이다.

장편소설 유기(留記)’를 비롯하여 다수의 장편. 단편소설, , 동화 등을 발표하였다.

 

장편소설고래소녀 울치‘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 도서‘2013년 올해의 청소년 도서에 동시 선정되었다.

 

시집 ()’‘2015년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되었으며 제1회 문창문학상을 수상했다.



(참고 자료 : 관련기사)

 

http://www.sminews.co.kr/front/news/view.do?articleId=ARTICLE_00016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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